9999년, 마지막 마녀가 태어났다

4화

카이의 선언은 현실이 되었다.

그가 창조한 미로는 살아있는 생물처럼 꿈틀거리며 침입자들을 농락했다.

복도는 무한히 늘어났다가 갑자기 막다른 벽이 되었고, 바닥은 예고 없이 꺼져 아래층으로 떨어뜨렸다.

전투 기계들은 혼란에 빠졌다.

그들의 연산 장치는 눈앞의 비논리적인 공간 왜곡을 이해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오류를 일으켰다.

[경고. 좌표 인식 불가. 시스템 재부팅 필요.]

[경고. 구조물 데이터가 현실과 불일치. 목표 재설정 실패.]

기계들의 스피커에서 터져 나오는 경고음은 절규처럼 들렸다.

카이는 이브를 품에 안은 채, 미로의 중심에 있는 통제실 의자에 여유롭게 앉아 거대한 모니터들을 감상했다.

모니터에는 미로 속에서 헤매는 기계들의 모습이 실시간으로 중계되고 있었다.

마치 잘 짜인 게임 속 플레이어들을 관전하는 개발자처럼, 그의 얼굴에는 오만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이브는 그의 품에 안겨 숨을 죽였다.

그녀를 옥죄던 카이의 통제는 어느새 느슨해져 있었지만, 그녀는 도망칠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눈앞의 남자는 자신이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위험하고, 예측 불가능하며, 무엇보다도… 매혹적이었다.

그의 압도적인 힘은 공포와 동시에 기묘한 안정감을 주었다.

적어도 그의 '소유물'로 있는 한, 자신은 안전할 것이라는 비뚤어진 믿음.

"재미없군. 생각보다 너무 쉽게 무너지잖아."

카이가 하품하며 말했다.

그는 손가락을 까닥여 미로의 구조를 다시 한번 바꿨다.

이번에는 중력의 방향을 제멋대로 뒤틀어 버렸다.

기계들은 천장과 벽에 처박히며 맥없이 파괴되기 시작했다.

그 처참한 광경을 보면서도 카이의 표정에는 어떤 동요도 없었다.

마치 아이가 가지고 놀던 장난감을 부수는 것과 같았다.

"너를 노리는 놈들의 수준이 고작 이 정도라니, 실망스러운데.

이브."

그가 고개를 돌려 이브의 귓가에 속삭였다.

그의 숨결이 닿은 귓불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네 가치를 제대로 알아보는 건, 역시 나뿐인가."

그의 말은 오만했지만 틀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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