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상자

1화 (1)

병원 복도를 걷고, 버스를 타고, 계단을 오르는 모든 순간마다 왼쪽 다리가 날카로운 비명을 질렀다.

의사는 MRI 사진 속의 희미한 그림자를 가리키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원인을 알 수 없다는 말, 그건 내게 사형 선고나 다름없었다.

평생 이 통증을 안고 살아가야 한다는 절망감.

그날 밤, 나는 잠들지 못했다.

가만히 누워 왼쪽 다리에 손을 얹자, 싸늘한 한기가 뼈를 타고 올라왔다.

익숙하면서도 섬뜩한 감각이었다.

흐릿했던 어릴 적 기억의 편린들이 안개처럼 피어올랐다.

유리 깨지는 소리.

고함 소리.

엄마의 울음소리.

아빠의 거친 숨소리.

그날도 집안은 전쟁터였다.

나는 울음을 터뜨릴까 봐 두 손으로 입을 막고 작은 방 구석에 웅크려 있었다.

그때였다.

삐걱거리는 낡은 장롱 밑, 어둠 속에서 무언가 반짝였다.

손바닥만 한 작은 나무 상자였다.

마치 아주 오래전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먼지 하나 없이 매끄러운 표면이 희미한 달빛을 반사하고 있었다.

나는 홀린 듯 기어가 상자를 집어 들었다.

차가운 나무의 감촉이 손가락 끝에 스며들었다.

상자를 열자, 안에서는 아무것도 없었다.

텅 빈 어둠뿐이었다.

하지만 그 순간,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스멀스멀 기어 나와 내 왼쪽 다리를 휘감는 감각이 생생했다.

차가운 뱀이 살갗을 파고드는 듯한, 오싹하고도 기분 나쁜 느낌.

아, 하고 짧은 비명을 내뱉었을 때, 다리에서 처음느껴보는 지독한 통증이 시작되었다.

그것은 단순한 병이 아니었다.

부모님의 불화 속에서 우연히 발견한 그 상자.

상자에서 기어 나온 정체 모를 기운이 내 다리에 뿌리내린 저주였다.

지금껏 나를 괴롭히던 이 통증은, 그저 아픈 것이 아니었다.

내 피부를 갉아먹고 사는 듯한 이 존재.

으악. 이게 대체 뭐야?

나는 반사적으로 다리를 감싸 쥔 손을 떼어냈다.

왼쪽 다리, 그 통증의 근원지인 발목 부근에서 검붉은 실핏줄 같은 것들이 거미줄처럼 피부 위로 돋아나 있었다.

단순한 멍이나 혈관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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