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크로니클

1화 가야고의 왕과 미녀

“가야 고등학교라….”

낯선 교문 앞에서, 나는 가방끈을 고쳐 맸다.

오랜 외국 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으로 돌아온 첫날.

하필이면 배정된 곳이 이 험악한 동네의 고등학교라니.

교문 너머로 보이는 학교 건물은 생각보다 평범했지만, 그 안에서 어떤 야만적인 일들이 벌어지고 있을지는 상상조차 하기 싫었다.

“일단은 조용히 지내자.”

새로운 환경, 새로운 시작.

튀지 않고, 엮이지 않고, 무사히 졸업하는 것.

그것이 나의 유일한 목표였다.

교무실에서 간단한 전학 절차를 밟고 배정된 반으로 향했다.

담임 선생님의 간단한 소개와 함께 교실에 들어서자, 수십 개의 시선이 일제히 내게로 날아와 꽂혔다.

호기심, 경계, 무관심.

다양한 감정이 뒤섞인 눈빛들을 애써 무시하며, 나는 짧게 고개를 숙였다.

“잘 부탁한다.”

내 자리는 창가 맨 뒷자리.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비어있는, 전학생을 위한 지정석 같은 곳이었다.

자리에 앉아 창밖을 내다보았다.

운동장에서는 체육복 차림의 학생들이 뛰놀고 있었고, 모든 것이 평범한 고등학교의 풍경처럼 보였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이 평온함은 얇은 유리판처럼 위태롭다는 것을.

이곳의 왕, 신주홍.

비겁하고 치졸함의 대명사라는 그 녀석의 그림자가 학교 전체를 뒤덮고 있겠지.

그렇게 한참 동안 상념에 잠겨 있을 때였다.

어디선가 맑고 청아한 노랫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희미하게 바람을 타고 실려 오는 목소리는, 삭막한 학교의 분위기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멜로디였다.

마치 회색빛 도시에 피어난 한 송이 꽃처럼, 그 소리는 건조한 내 마음에 작은 파문을 일으켰다.

점심시간이 되자마자 나는 홀린 듯이 소리의 근원지를 찾아 나섰다.

익숙지 않은 복도를 헤매며 귀를 기울이자, 노랫소리는 특별 활동 건물 쪽에서 점점 더 선명하게 들려왔다.

낡은 건물 3층, 가장 구석에 위치한 동아리실.

[밴드부] 라고 쓰인 낡은 팻말이 걸린 문틈으로, 감미로운 목소리가 새어 나오고 있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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