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조건이라니요? 어떤 조건이죠?"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려 나왔다.
내 인생에 조건 없는 행운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에.
강태하 변호사는 서류 맨 위장을 넘겨 내 앞으로 밀었다.
결혼 서약서.
난생 처음 보는 남자의 증명사진 옆에, 내 이름 세 글자가 선명하게 박혀 있었다.
"서정환 님은 유나 씨가 이 남성분과 결혼하는 조건으로 유산을 남기셨습니다."
"……네? 결혼요? 누구랑요?"
황당함에 말문이 막혔다.
사진 속 남자는 조각처럼 차가운 미남이었다.
날카로운 턱선, 서늘한 눈매, 감정을 읽을 수 없는 무표정한 얼굴.
마치 잘 만들어진 마네킹 같았다.
사진 아래에는 '서도준'이라는 이름과 함께 생년월일이 적혀 있었다.
"서도준 씨는… 서정환 님께서 돌아가시기 전까지 후원하던 분입니다. 두 분이 어떤 관계였는지, 왜 이런 유언을 남기셨는지는 저희도 알지 못합니다. 다만 법적으로 유언의 효력은 확실합니다."
나는 서약서를 든 채 멍하니 그의 얼굴을 바라봤다.
500억의 상속 조건이, 생판 모르는 남자와의 결혼이라니.
"말도 안 돼요. 저는 이 사람 몰라요. 아버지와도 10년 전에 연 끊겼고요."
"물론 이해합니다. 하지만 유언은 절대적입니다.
결혼하지 않으시면, 모든 유산은 사회에 환원됩니다."
강태하 변호사의 목소리는 냉정하고 사무적이었다.
나는 마른 입술을 축였다.
이건 선택의 문제가 아니었다.
지옥 같던 과거로 돌아가느냐, 아니면 이름도 모르는 남자와 결혼하고 500억을 손에 쥐느냐.
답은 정해져 있었다.
"…알겠습니다. 결혼, 할게요."
내 대답에 강태하 변호사의 눈빛이 순간 흔들리는 것을 보았다.
마치 의외라는 듯한, 혹은 안타깝다는 듯한 복잡한 표정.
그는 곧 표정을 갈무리하고 다음 서류를 내밀었다.
"결정하셨군요. 그럼 이 서류에 서명해주시면 됩니다. 혼인 신고서는 저희 쪽에서 처리하겠습니다. 서도준 씨의 동의는 이미 받은 상태입니다."
그 남자 역시 돈 때문에 이 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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