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나지막한 내 목소리에 그의 시선이 서류에서 천천히 들어 올려졌다.
고요한 서재의 공기가 순간 얼어붙는 듯했다.
놀라움, 경계, 그리고 깊이를 알 수 없는 분노가 담긴 짙은 눈동자가 나를 꿰뚫었다.
그의 눈빛은 마치 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한 검은 심연과도 같아서, 나는 저절로 뒷걸음질 쳤다.
"누가 멋대로 나오라고 했지?"
목소리는 낮고 차분했지만, 그 안에 담긴 위협적인 기운은 방 안의 온도를 몇 도는 떨어뜨린 것 같았다.
나는 마른 입술을 혀로 축이며 간신히 대답했다.
"할 얘기가… 있어요. 이렇게 가둬두기만 하면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잖아요."
"해결? 해결할 게 뭐가 남았나? 네 아비는 내 인생을 통째로 앗아갔고, 나는 그 대가를 치르게 할 뿐이다. 아주 공평한 거래 아닌가."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내게로 천천히 다가왔다.
커다란 그림자가 나를 완전히 뒤덮었다.
위압적인 존재감에 숨이 막혔다.
나는 본능적으로 한 걸음 물러섰지만, 등 뒤로 차가운 책장이 가로막았다.
도망칠 곳은 없었다.
"적어도… 내 얘기는 들어봐야죠. 내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당신이 모르는 진실이 있을 수도 있잖아요."
"진실? 흥미롭군. 어디 한번 말해봐. 네가 얼마나 불쌍한 삶을 살았는지, 그래서 이 모든 게 네 잘못이 아니라고 변명이라도 해보시지."
그의 입가에 냉소적인 미소가 걸렸다.
그는 내 턱을 거칠게 붙잡고 자신의 눈을 똑바로 마주 보게 했다.
가까이서 본 그의 눈동자 속에는 증오뿐만 아니라, 깊은 상처와 지독한 외로움이 함께 깃들어 있었다.
그 순간, 나는 그의 분노의 근원이 단순히 빼앗긴 15년 만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바로 그때였다.
서재의 문이 벌컥 열리며 한 중년의 여인이 들어섰다.
고급스러운 실크 잠옷 차림이었지만, 그녀의 얼굴에는 서늘한 카리스마가 넘쳤다.
"도준아. 이 밤중에 무슨 소란이냐."
그녀의 등장에 서도준의 표정이 미세하게 굳어졌다.
나를 붙잡고 있던 손의 힘도 순간적으로 풀렸다.
여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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