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 세계에 없다

2화 폐성에서 돌아온 남자

나는 잠긴 목소리로 간신히 물었다.

“여긴… 어디죠?”

노인은 약초를 빻던 손길을 멈추지 않은 채 대답했다.

“내 집일세. 폐성 입구에서 약초를 캐다 자네를 발견했지.”

폐성. 로엔하르. 게임 속 지명이 맞다.

그렇다면 이 노인은…

“당신은… NPC입니까?”

노인의 손이 순간 멈칫했다. 그가 천천히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봤다.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

“뭐라고 했는가?”

“NPC. Non-Player Character. 이 세계의 주민… 맞냐는 말입니다.”

나는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설명했다. 통증 때문에 목소리가 계속 끊겼다.

“저는 플레이어입니다. 원래 이곳에 있으면 안 돼요. 로그아웃이… 안 되고 있습니다. 시스템 메뉴가 열리지 않아요.”

노인의 미간에 깊은 주름이 잡혔다. 그는 들고 있던 약 절구를 조심스럽게 내려놓고 내게 다가왔다.

그의 눈빛은 더 이상 단순한 경계가 아니었다. 연민과 안타까움이 뒤섞인, 복잡한 시선이었다.

“젊은이… 머리를 심하게 다친 게로군.”

“아닙니다. 다친 건 몸이지만… 그게 문제가 아니라, 여긴 현실이 아닙니다. 게임 속이라고요. 이해하시겠어요?”

내 절박한 외침에도 노인은 그저 혀를 찼다.

“쯧쯧. 요즘 그런 젊은이들이 많다지. 현실이 고달프다고 다른 세상 이야기를 하며 정신을 놓는다고 하더군.”

정신을 놓았다고?

이 노인은 내 말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아니—자신이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만 받아들이고 있다.

“오해입니다. 저는 제정신이에요. 증명할 수 있습니다. 상태창을 열면—”

말을 하다 멈췄다.

상태창.

나는 허공을 바라봤다.

…아무것도 없다.

보통이라면 시야 어딘가에 창이 떠 있어야 한다.

HP. 스태미나. 장비창.

아무것도.

“……”

손을 천천히 들어 허공을 긁는다.

열리지 않는다.

노인은 그 모습을 잠시 바라보다가 조용히 한숨을 쉬었다.

“이보게. 몸도 몸이지만 머리가 더 문제로군.”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벽에 걸린 꾸러미 하나를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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