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폐허 위에서 부르는 이름
나는 죽음보다 더 깊은 상태에 빠져들었다.
그것은 ‘잊힘’이었다.
창문 밖으로 주황색 ‘접근 금지’ 테이프가 팽팽하게 둘러쳐졌다.
한때는 수많은 눈동자가 집요하게 들여다보던 이 교실은, 이제 누구의 시선도 허락되지 않는 버려진 섬이 되었다.
비명도, 찬사도, 역겨운 향수 냄새도 모두 사라졌다.
나를 향했던 그 지독한 악의도, 칭찬양파를 향했던 그 맹목적인 숭배도, 이제는 희미한 기억의 잔해일 뿐이었다.
나는 더 이상 ‘비난양파’가 아니었다.
나는 이제, 그냥 양파였다.
아니, 양파였던 것.
먼지가 쌓이고, 계절이 바뀌는 동안 창가에 방치된, 누구의 기억에도 존재하지 않는 마른 껍질.
아이러니하게도, 그 끔찍한 이름표가 떼어진 순간, 나는 비로소 진정한 무(無)가 되었다.
관심이라는 지독한 양분 없이, 모든 생명은 결국 이렇게 먼지로 돌아가는 것일까.
증오조차도 한때는 나를 살게 했던 동력이었음을, 나는 이 기나긴 침묵 속에서 깨달았다.
그것은 나를 향한 시선이었고, 나의 존재를 증명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아무도 나를 보지 않는다.
아무도 나를 기억하지 않는다.
나는 잊혔다.
그것은 싹이 잘려 나갈 때보다, 썩은 음식물이 내 위로 쏟아질 때보다 더 완전한 소멸이었다.
몸 안의 마지막 남은 물기 한 방울까지 모두 증발해 버린 것 같던 어느 날 오후였다.
나는 바싹 마른 껍질 속에 갇힌 채, 희미한 빛이 들어오는 창밖을 무감각하게 응시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닫힌 교실 문 저편, 복도에서 어른들의 목소리가 수군거리며 들려왔다.
목소리들은 낮고 신중했지만, 얇은 문틈을 비집고 들어오는 소리의 파편들은 충분히 날카로웠다.
“…그래서, 그 교사 징계위원회는 언제 열린다고요?”
“다음 주 월요일이라더군요. 학부모들 탄원서까지 들어갔으니 파면을 면키는 어려울 겁니다.”
“애들 정신과 상담은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 겁니까? 우리 애가 그 라이브 방송 보고 밤에 잠을 못 자요. 양파 썩는 냄새가 나는 것 같다면서…”
“아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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