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세된 옥좌(玉座)와 눈먼 늑대들의 시대

1화

제1장 : 철척(鐵尺)의 군주와 대륙의 그림자

율석(律石)은 본디 정치를 아는 자가 아니었다. 그는 대아국의 가장 차갑고 단호한 대법관이었다. 누구든 죄를 지으면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쇠로 만든 자(鐵尺)로 내리쳤기에, 백성들은 그의 서늘한 정의에 환호하며 그를 옥좌로 밀어 올렸다. 서해 너머의 거대 제국 ‘황룡(荒龍)’은 호시탐탐 대아국을 속국으로 만들려 조공을 강요하고 협박을 일삼았다. 율석은 결코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그는 바다 너머 남쪽과 동쪽의 동맹국들과 굳게 결속하여 황룡의 발톱을 쳐내려 했다. "비록 조공을 바치면 당장의 평화는 얻겠으나, 그것은 노예의 평화요, 짐승의 목줄일 뿐이다. 대아국은 풀뿌리를 씹어 넘길지언정 황룡의 발밑에 무릎 꿇지 않는다!" 그의 선언은 강직했으나, 오랫동안 태평성대라는 달콤한 환상에 취해있던 일부 백성들에게 그 강직함은 피곤하고 융통성 없는 옹고집으로 비치기 시작했다.

제2장 : 비단 주머니의 덫과 붉은 달의 요언(妖言)

율석의 단호함이 대아국의 성벽을 높이 쌓아 올리고 있을 때, 왕국의 가장 깊고 어두운 지하에서는 붉은 달을 섬기는 무리, ‘적월당(赤月黨)’이 독버섯처럼 피어나고 있었다. 그 중심에 선 자가 바로 ‘이명(異冥)’이었다. 이명은 백성의 마음을 주무르는 데 있어 가히 악마적인 재능을 타고난 자였다. 그는 율석의 강직함을 무너뜨리기 위해, 옥좌를 지탱하는 내전(內殿), 즉 국모(國母)를 정조준했다. 어느 날, 이명은 자신의 세작(간첩)을 억울한 사연을 품은 서역의 상인으로 위장시켜 중전의 처소로 보냈다. 상인은 눈물을 흘리며 중전에게 작은 ‘비단 주머니’ 하나를 억지로 쥐여주고 사라졌다. 그것은 철저히 계산된 함정이었다. 다음 날부터 저잣거리에는 흉흉한 요언(妖言)이 들불처럼 번졌다. "국모가 뒤에서 막대한 뇌물을 탐하고 국정을 농단하고 있다! 율석의 철척(鐵尺)은 백성에게만 가혹하고 제 아내의 탐욕 앞에서는 무뎌졌다!" 이명이 퍼뜨린 독기 어린 소문은, 팍팍한 삶에 지쳐 누군가를 원망하고 싶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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