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밀려난 자들의 궤도(軌道)
정부가 규제로 시장의 숨통을 옥죌 때마다 집값은 수억씩 기형적으로 널뛰기를 했다. 자고 일어나면 호가가 1억이 올라 있었고, 어제 본 전세 매물은 오늘 아침 자취를 감췄다. 전셋값마저 매매가를 턱밑까지 밀어 올리며 폭등했고, 임대차 3법이 통과된 날 혜영 부부는 전세금을 세 배나 올려달라는 집주인의 통보에 쫓겨나듯 대치동 전셋집에서 짐을 싸야 했다. “당신이 기다리자며! 정부 말 믿으면 된다며! 지금 우리 전세금으로 서울에 갈 수 있는 데가 어디 남았어!”
이사 센터 직원이 짐을 싸는 동안 혜영이 오열하며 악을 쓸 때, 상진은 베란다 구석에 서서 묵묵히 입술만 깨물었다. 그들은 강남에서 강서로, 다시 강서에서 강북으로 끝없이 밀려났다. 이사를 거듭할수록 집의 평수는 줄어들었고, 볕은 들지 않았으며, 층간소음에 시달리는 이웃들의 표정은 팍팍해졌다. 갭투자로 부를 축적한 동년배들이 고급 외제차를 뽑고 여행 사진을 올릴 때마다, 혜영은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비참하게 도태되었다는 끔찍한 수치심에 시달리며 뜬눈으로 밤을 새워야 했다.
2. 아버지의 과수원, 그리고 허물어지는 지반(地盤) 결국 석 달 전, 더 이상 치솟는 전세금을 올려줄 길이 완전히 막혀버린 부부는 최후의 보루에 손을 댔다. 상진의 아버지가 평생 피땀으로 일구어 아들에게 물려준, 충남 금산의 만 평짜리 복숭아 과수원이었다. 조상 대대로 내려온 땅을 부동산에 급매로 내놓던 날, 상진은 계약서에 도장을 찍으며 수치심에 두 손을 덜덜 떨었다. 평생 흙을 만지며 정직한 노동의 가치를 가르치셨던 아버지가 자신을 크게 꾸짖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서울에서 완전히 쫓겨나지 않기 위해선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과수원을 헐값에 처분하여 전세금에 보탰지만, 미쳐버린 집값 앞에서 그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은 서울의 가장 북쪽 끄트머리, 녹물이 흐르는 이 28년 된 아파트 32평형 한 채뿐이었다. 오십 대 후반. 은퇴를 불과 몇 년 앞둔 나이에 수억의 은행 빚을 짊어지고 외곽의 낡은 껍데기 하나를 쥐게 된 부부의 일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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