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자님의 세계 수리

3화 03

이 벽 너머에, 무언가 있다고.

내 확신에 찬 태도에, 키이스가 앞으로 나섰다.

그는 아무 말 없이, 내가 손을 짚었던 벽을 똑같이 짚어보았다.

그의 미간이 미세하게 좁혀졌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데."

그의 말은 사실일 터였다.

그는 용사로서 강대한 신성력을 지녔지만, 마력의 미세한 흐름을 감지하는 능력은 나와 달랐다.

내 몸에 깃든 이 기묘한 감각은, 기술자의 경험과 성자의 능력이 결합된 이질적인 것이었다.

"제가 느껴집니다."

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설계도에는 없던 통로입니다. 어쩌면… 역류 장치와 연결된 비밀 통로일지도 모릅니다."

내 추측에 아이비스가 작게 숨을 삼켰다.

그녀의 시선이 차가운 돌벽에 고정되었다.

공포에 질려 있으면서도, 그녀의 눈동자에는 무언가를 확인하려는 듯한 강한 의지가 함께 서려 있었다.

키이스는 잠시 나를 쳐다보다가, 이내 결심한 듯 허리에 찬 검을 향해 손을 뻗었다.

"비켜서라."

그가 짧게 명령했다.

나는 재빨리 벽에서 떨어져 뒤로 물러섰다.

주교가 기겁하며 소리쳤다.

"전하! 성전의 벽을 함부로 부수시면…!"

"의심스러운 것을 확인하는 것 또한 용사의 책무다, 주교."

키이스는 차갑게 대꾸하며 검을 뽑아 들었다.

그의 검은 화려한 장식 하나 없는 실전용 롱소드였지만, 검신에서 흘러나오는 은은한 백색 광채가 그 검이 평범한 무기가 아님을 증명하고 있었다.

"아이비스."

그가 성녀를 불렀다.

"벽의 구조를 약화시켜라. 최소한의 신성력으로."

"…네, 전하."

아이비스는 잠시 망설이는 듯했지만, 이내 결심한 듯 눈을 감고 두 손을 앞으로 모았다.

그녀의 입술이 희미하게 움직이며 기도의 주문을 속삭이자, 그녀의 손끝에서 부드러운 우윳빛 광채가 피어올랐다.

빛은 살아있는 것처럼 앞으로 나아가, 차가운 돌벽에 스며들었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견고해 보이던 석벽의 표면에 실금이 가기 시작하더니, 돌과 돌을 잇고 있던 모르타르가 힘없이 바스러져 내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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