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LP를 턴테이블 위에 올렸다. 바늘이 천천히 내려가면서 지직거리는 노이즈가 들렸다. 그리고 이윽고 피아노 소리가 흘러나왔다. 빌 에반스의 'Waltz for Debby'. 비 오는 날에는 이만한 게 없지. 커피 향이 방 안 가득 퍼져나갔다. 핸드드립으로 천천히 내린 커피는 언제나 내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어줬다.
소파에 앉아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쓴맛이 입안을 감쌌다가 부드럽게 넘어갔다. 창밖으로는 빗줄기가 거세게 쏟아지고 있었다. 이 골목은 원래 사람이 잘 다니지 않는 곳이었다. 그래서 더 좋았다. 조용하고, 아무도 방해하지 않고,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곳. 책장에서 최근에 사둔 한국 소설을 꺼냈다. 한강의 소설이었다. 표지를 쓰다듬으며 첫 장을 펼쳤다.
그때였다.
쾅.
문이 거칠게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깜짝 놀라 책을 떨어뜨릴 뻔했다. 뭐야? 이 골목까지 누가 들어온다고? 문 쪽을 바라보니 한 여학생이 서 있었다. 비에 흠뻑 젖은 모습이었다.
교복 치마는 짧게 개조되어 있었고, 검은 단발머리에서는 물방울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귀에는 여러 개의 피어싱이 반짝였다.
"...누구세요?"
나는 최대한 침착하게 물었다. 하지만 목소리가 약간 떨렸다. 이런 상황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으니까.
여학생은 나를 보더니 약간 놀란 듯한 표정을 지었다. 날카로운 눈매가 고양이를 닮았다. 하지만 그 눈빛 속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아, 저기... 죄송해요. 갑자기 비가 너무 쏟아져서..."
그녀의 목소리는 생각보다 차분했다. 하지만 몸은 떨리고 있었다. 추운 건지 긴장한 건지 알 수 없었다. 나는 엄지손가락을 입술에 갖다 댔다. 어떻게 해야 하지? 쫓아내야 하나? 하지만 저렇게 비에 젖은 상태로 내보내는 것도...
"...일단 들어오세요."
내 입에서 나온 말에 나 스스로도 놀랐다. 뭐 하는 거야, 토이치로. 이건 네 개인 공간이잖아. 하지만 이미 말은 나가버렸다. 여학생은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왔다.
물이 뚝뚝 떨어져 바닥을 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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