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토요일 아침, 나는 평소대로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났다. 몸에 밴 습관이었다. 트레이딩을 할 때는 시장 개장 전에 일어나 준비를 해야 했고, 그 습관이 20년 동안 이어져 왔다. 지금은 일을 거의 하지 않지만, 몸은 여전히 그 리듬을 기억하고 있었다.
간단하게 스트레칭을 하고, 근처 공원으로 가서 30분 정도 조깅을 했다. 아침 공기는 시원했다. 어제 비가 내렸던 탓인지 공기가 맑았다. 축축한 흙냄새와 풀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조깅을 마치고 샤워를 한 뒤, 나는 아지트로 향했다.
문을 열자 어제와 똑같은 공간이 펼쳐졌다. 하지만 어제와는 다른 느낌이었다. 누군가 이 공간에 다녀갔다는 흔적이 남아 있는 것 같았다. 아니, 정확히는 그녀의 존재가 남아 있는 것 같았다. 그녀가 앉았던 의자, 그녀가 바라보던 책장, 그녀가 마시던 커피 잔. 모든 게 그녀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나는 고개를 저으며 주방으로 갔다. 커피를 내려야 했다. 평소처럼.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원두를 갈고, 드립 포트에 물을 끓였다. 천천히, 정성스럽게 물을 부었다. 커피 향이 공간을 채웠다. 익숙하고 편안한 향이었다.
커피를 들고 소파에 앉았다. 어제 덮어두었던 한강의 소설을 집어 들었다. 『채식주의자』. 폭력적이고 날카로운 이야기였다. 하지만 오늘따라 글자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계속 그녀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외로워요. 되게 외로워요.'
나는 책을 덮고 창밖을 바라봤다. 토요일 아침의 골목은 고요했다. 아무도 지나다니지 않았다. 이 골목까지 오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래서 이곳을 선택했던 거였다. 조용하고, 한적하고, 아무도 방해하지 않는 곳.
하지만 어제, 그 여학생이 이곳에 왔다. 비를 피하려고. 그리고 우연히 내 공간에 들어왔다. 그 우연이 뭔가를 바꿔놓은 것 같았다. 20년 동안 혼자 살아온 나의 일상에 균열이 생긴 것 같았다.
다시는 오지 않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쓴맛이 입안에 퍼졌다.
그녀는 분명 부끄러워했다. 너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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