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아지트에 여고생이 자꾸만 놀러온다

4화

재킷에서 LP를 꺼내 턴테이블 위에 조심스럽게 올렸다. 먼지를 가볍게 털어낸 뒤, 바늘을 내렸다. 지직, 하는 소리가 먼저 나왔다. LP 특유의 소리였다. 그리고 이어서 트럼펫 소리가 흘러나왔다.

'So What'.

마일스 데이비스의 트럼펫이 공간을 채웠다. 느리고, 차분하고, 깊었다. 와카코는 소파에 앉아 눈을 감았다. 음악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나는 그녀를 보며 주방으로 갔다. 커피를 한 잔 더 내려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두를 다시 갈았다. 그라인더의 소리가 재즈 음악과 섞였다. 물을 끓이고, 드립 포트를 준비했다. 천천히, 정성스럽게 물을 부었다. 커피 향이 올라왔다. 신선한 향이었다. 이 원두는 일주일 전에 볶은 거였다. 가장 향이 좋을 때였다.

와카코는 여전히 눈을 감고 음악을 듣고 있었다. 그녀의 표정이 평온해 보였다. 어제의 날카로움이 사라지고, 편안한 얼굴이었다. 마치 집에 온 것처럼. 나는 커피를 내리며 그녀를 관찰했다.

검은 단발머리가 어깨에 걸쳐 있었다. 귀의 피어싱이 희미하게 빛났다. 후드티 소매가 조금 길어서 손등을 덮고 있었다. 그녀는 무릎을 가슴 쪽으로 당겨 앉아 있었다. 작고 가녀린 몸이었다.

트럼펫 소리가 점점 깊어졌다. 마일스 데이비스의 연주는 말이 적었다. 불필요한 음표를 모두 덜어낸 것 같았다. 그래서 오히려 더 강렬했다. 침묵이 음악이 되는 순간들이 있었다.

커피가 다 내려졌다. 나는 잔을 들고 와카코에게 다가갔다. 그녀는 내 발소리를 듣고 눈을 떴다. 천천히, 마치 깊은 잠에서 깨어나듯이.

"커피 다 됐어요."

"아... 감사합니다."

와카코가 잔을 받아 들었다. 여전히 두 손으로 감싸 쥐었다. 그녀는 한 모금 마시고는 다시 음악에 귀를 기울였다. 나는 내 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어때요? 재즈."

"좋아요. 뭔가... 편안해요. 아무 생각도 안 나요."

와카코가 작게 웃으며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재즈의 매력이 바로 그거였다. 생각을 멈추게 만드는 것.

그저 음악에 몸을 맡기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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