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나는 그 책을 읽지 않았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그녀는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꼭 읽어보세요. 일본어 번역본도 있어요. 정말 좋아요."
그날 밤, 우리는 두 시간 넘게 이야기를 나눴다. 그녀는 문학에 대해 열정적으로 말했고, 나는 그저 듣기만 했다. 하지만 싫지 않았다. 오히려 편안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음악처럼 흘러갔고, 나는 그 속에 빠져들었다.
바를 나올 때, 그녀가 말했다.
"기타큐슈에서 또 만나요. 연락처 교환할래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우리는 연락처를 교환했다.
***
회상에서 빠져나오니 와카코가 내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커피 잔을 내려놓으며 헛기침을 했다.
"그래서 그 다음은요?"
"다음이요?"
"다음 얘기요. 도쿄에서 만나고 나서 어떻게 됐어요?"
와카코가 몸을 앞으로 기울이며 물었다. 그녀의 눈빛이 호기심으로 가득했다. 나는 잠시 망설였다. 이 이야기를 계속해야 할까. 하지만 이미 시작한 이상, 멈출 수 없었다.
"기타큐슈에서 다시 만났어요. 일주일 뒤였나. 내가 도쿄에서 돌아온 직후였어요."
"어디서 만났어요?"
"학교 근처 카페에서요. 그녀가 먼저 연락했어요. 만나자고."
나는 그날을 떠올렸다. 2월의 추운 날씨였다. 나는 일을 마치고 서둘러 카페로 갔다. 그녀는 이미 와 있었다. 창가 자리에 앉아 책을 읽고 있었다. 검은 터틀넥에 회색 코트를 입고 있었다. 머리를 한쪽으로 넘긴 모습이 우아했다.
"늦어서 죄송해요."
"괜찮아요. 저도 방금 왔어요."
그녀가 웃으며 말했다. 우리는 커피를 주문하고 자리에 앉았다. 그녀는 가방에서 책 한 권을 꺼냈다.
"읽어보셨어요? 채식주의자."
"아직 못 봤어요."
"그럼 이거 드릴게요. 제가 가지고 있던 거예요."
그녀가 책을 내밀었다. 한강의 '채식주의자' 일본어 번역본이었다. 표지가 하얗고 깔끔했다. 나는 그 책을 받아 들었다.
"감사합니다."
"천만에요. 꼭 읽어보세요. 그리고 다음에 만나서 이야기해요."
다음에 만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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