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지워지는 이름
"서준아. 나 있지... 점점 안 보이는 것 같아."
형은 농담하는 게 아니었다.
그의 눈은 진심으로 공포에 질려 있었다.
“형, 무슨 소리야. 여기 있잖아.”
목소리가 바보같이 떨려 나왔다.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연습실 벽을 채운 거대한 거울 속에서 ‘그것’이 움직였다.
거울 속, 민재 형의 등 뒤로 희미한 인영이 겹쳐 보였다.
마치 오래된 사진처럼 색이 바랜, 다른 누군가의 모습이었다.
그것은 민재 형과 똑같은 자세로 서서, 거울 너머의 나를 향해 입꼬리를 올리고 있었다.
“아니, 저기.”
민재 형이 떨리는 손가락으로 거울을 가리켰다.
“저기엔… 내가 없잖아.”
형의 눈에는 그 인영이 보이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저 자신의 모습이 비치지 않는다는 사실만이 공포의 전부인 듯했다.
나는 차마 형의 등 뒤를 보라고 말할 수 없었다.
대신 거울 속의 그것과 눈이 마주쳤다.
입모양으로, 그것이 나에게 똑똑히 속삭였다.
‘내가 대신 해줄게.’
온몸의 피가 차갑게 식는 기분이었다.
금기.
절대 무시해야 하는 말.
“형, 아니야. 잘못 본 거야.”
나는 거의 비명처럼 외치며 형의 몸을 돌려세웠다.
거울을 보지 못하게, 내 등 뒤로 감추듯이.
“피곤해서 그래. 우리 그만하고 숙소 가자. 응?”
형의 어깨를 두어 번 두드리자, 그가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 형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늘 앞장서서 걷던 사람이었는데, 오늘은 내 그림자 뒤에 숨어 따라왔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나만 숨을 삼켰다.
그날 밤, 단체 채팅방에서 형의 이름이 알림 없이 사라졌다.
“ARES(4)”라고 뜨던 채팅방 상단의 숫자가 소리 없이 “ARES(3)”으로 바뀌어 있었다.
나가거나 초대했다는 시스템 메시지조차 없었다.
마치 처음부터 민재 형은 그곳에 없었던 것처럼.
심장이 쿵, 하고 바닥으로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자리에 벌떡 일어나 룸메이트인 형의 침대를 돌아보았다.
이불이 봉긋하게 솟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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