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이 보이는 아이돌입니다

4화 지워진 이름의 발자국

나는 그대로 거울 앞에 멈춰 서 있었다.

대기실 안은 여전히 분주하게 움직였지만, 나는 그 안에서 ‘나만 소외된 듯한 느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마치 투명한 유리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나 혼자 다른 시간대에 갇혀 버린 것 같았다.

내가 겪었던 공포와 절망, 도윤이 형과의 격렬한 다툼은 나에게만 존재하는 기억이 되어버렸다.

내 시선이 마지막으로 향한 곳은 민재 형이었다.

그는 언제 그랬냐는 듯, 구석 소파에 앉아 묵묵히 스트레칭을 하고 있었다.

아까의 절규는 어디에도 없었다.

그의 얼굴은 그저 무대에 오르기 전의 댄서가 으레 짓는, 차분하고 집중된 표정이었다.

내가 뚫어져라 쳐다보는 것을 느꼈는지, 민재 형이 고개를 들어 거울 속의 나와 눈을 맞췄다.

그의 눈빛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그는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니, 할 수 없었다.

이 기묘한 평화 속에서, 진실을 말하는 쪽이 미친 사람이 되는 세상에서, 우리는 공범처럼 침묵을 지킬 수밖에 없었다.

형은 나에게만 보이도록, 아주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기억해. 하지만 지금은 아무 말도 하지 마.’

그 눈빛을 읽는 순간, 등골을 타고 오르던 소외감이 서늘한 연대감으로 바뀌었다.

세상이 우리를 지워도, 적어도 우리 둘은 서로의 존재를 증명해 줄 수 있었다.

“아레스, 5분 뒤에 스탠바이 들어갑니다!”

무대 감독의 우렁찬 목소리가 대기실의 공기를 갈랐다.

그 말을 신호탄으로 모두가 분주하게 마지막 점검을 시작했다.

나는 마네킹처럼 멍하니 서 있다가, 매니저 형이 등을 떠미는 손길에 겨우 정신을 차리고 자리로 돌아갔다.

의자에 앉자, 아까 나를 만지던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다시 다가왔다.

“어머, 서준 씨. 아까 어디 갔었어요? 화장 다 안 끝났는데.”

그녀는 정말 아무것도 모른다는 얼굴이었다.

나는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라 그저 어색하게 웃었다.

수정 화장을 받는 내내, 나는 거울을 통해 대기실의 풍경을 끊임없이 살폈다.

평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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