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평온한 함정
그때—
내 손안에서 핸드폰이 스스로 켜졌다.
어둠을 가르는 빛줄기 속으로, 검은 글자들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8층은 아직 안전 구역입니다〉
그 아래에, 숫자가 하나 깜빡이고 있었다.
00:59
카운트다운이었다.
초 단위로 줄어드는 숫자는, 이 정적이 결코 자비가 아님을 증명했다.
제한된 시간.
1분 안에 결정하고, 문이 열리면 뛰쳐나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상상하고 싶지 않은 결과가 기다리고 있을 터였다.
“뭐야, 그거….”
민재 형이 내 손에 들린 빛을 보고 숨 막힌 목소리로 물었다.
나는 반사적으로 화면을 가리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그의 시선은 ‘안전 구역’이라는 단어에 뱀처럼 휘감겨 있었다.
절망의 늪에 빠진 사람에게, 그 네 글자는 구원의 동아줄처럼 보였을 것이다.
〈00:48〉
숫자는 무심하게 줄어들고 있었다.
“서준아, 저게 무슨 말이야? 8층? 8층으로 가면 안전하다고?”
형의 목소리에 희미한 생기가 돌았다.
하지만 나는 그 희망의 불씨에 찬물을 끼얹어야만 했다.
이건 함정이다.
내 등 뒤에 도사린 그것이, 현우의 이름을 빌려 우리를 밖으로 유인하는 덫이다.
‘안전 구역’이라는 달콤한 미끼로 우리를 이 관 밖으로 끌어내려는 속셈.
〈00:41〉
“아니에요, 형. 믿으면 안 돼요.”
“뭐가 아니야! 저게 뭔지는 몰라도, 여기 있는 것보다는 낫잖아! 지금 이게 현우가 보내는 걸 수도 있어!”
형의 외침이 좁은 공간을 울렸다.
그는 ‘현우’의 이름을 믿고 싶어 했다.
나는 필사적으로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현우가 아니에요! 이건… 우리를 속이려는….”
나는 차마 등 뒤의 존재에 대해 말할 수 없었다.
그것은 우리 대화를 바로 뒤에서 듣고 있을 테니까.
〈00:33〉
시간이 미친 듯이 흘러갔다.
심장이 목구멍까지 뛰어올라 터질 것 같았다.
〈00:25〉
나는 이를 악물었다.
민재 형은 희망을 봤고, 나는 절망을 봤다.
같은 화면, 같은 글자 속에서 우리는 정반대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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