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서하윤의 등장
손녀라니.
진우는 혼란스러웠다.
정말로 손녀를 부른 걸까?
만약 WAA를 부른 거라면?
하지만 그럴 리 없었다.
그랬다면 진우가 잘 때 신고하면 그만이었으니까.
결국 진우는 침묵으로 동의를 표했다.
그는 다시 낡은 의자에 앉아, 초조하게 손가락으로 무릎을 두드렸다.
시간이 흐르고, 진료실 안에는 노인이 약초를 다듬는 소리와 침대에 누운 버스 기사의 고른 숨소리만이 조용히 울렸다.
얼마나 지났을까.
딸랑-
진료소의 낡은 문에 달린 종이 맑은 소리를 내며 울렸다.
누군가 들어온 것이다.
진우의 온몸의 신경이 바늘처럼 곤두섰다.
그는 반사적으로 몸을 낮추며, 언제든 아이기스를 움켜쥘 수 있도록 자세를 고쳤다.
삐걱이는 문이 열리고, 한 사람이 안으로 들어섰다.
그 모습을 본 순간, 진우는 숨을 멈췄다.
WAA의 전투복을 입은 요원도, 험상궂은 인상의 해결사도 아니었다.
안으로 들어선 것은, 이 낡고 음침한 뒷골목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한 명의 ‘여성’이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도 빛을 발할 듯한, 투명하리만치 새하얀 은발 머리카락.
정교하게 조각된 얼음 예술품처럼 차갑고도 완벽한 이목구비.
몸에 딱 맞는 검은색 전투복은 실용적이면서도 그녀의 날렵한 몸매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었다.
무엇보다 진우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그녀의 허리춤에 길게 매달린 검이었다.
화려한 장식 하나 없는, 오직 베기 위해 존재하는 듯한 서늘한 기운을 뿜어내는 검.
그녀는 진료실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말없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긴장한 진후, 그리고 침대에 누워있는 환자.
마지막으로, 그녀의 시선은 노인에게로 향했다.
노인은, 익숙하다는 듯 손녀를 향해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왔구나, 하윤아.”
노인의 목소리는 진우를 대할 때와는 달리 한없이 다정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손녀의 어깨에 묻은 먼지를 가볍게 털어주었다.
여자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그저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며, 시선으로 진료실 안의 낯선 남자, 진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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