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도장이 찍히는 소리가 나지막하게 울렸다.
잉크가 양피지에 스며드는 짧은 순간, 칼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번졌다.
그는 계약서를 가볍게 들어 올려, 창문으로 스며드는 달빛에 비추어 보았다.
리아라는 이름과 그녀의 서명이 마법 잉크로 푸르스름하게 빛나고 있었다.
“마법 재료와 도구 제작에 특화된 재능이라….”
칼은 계약서를 다시 책상 위에 내려놓으며 혼잣말을 이어갔다.
“꽤 쓸만한 담보물이군. 잘만 다루면 원금 이상을 뽑아낼 수 있겠어.”
그의 시선은 계약서 너머, 벽에 걸린 복잡한 도시의 지도로 향했다.
수많은 점과 선으로 이어진 지도 위에는 그의 ‘자산’들이 빼곡히 표시되어 있었다.
각각의 표시는 빚에 묶인 마법사 한 명 한 명의 인생이었다.
칼은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로 다가섰다.
밤의 장막이 내린 도시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마법 아카데미의 첨탑에서 새어 나오는 희미한 불빛, 뒷골목의 어둠을 밝히는 가스등, 그리고 그 사이를 오가는 이름 모를 사람들의 그림자.
저 도시의 어딘가에서, 리아는 이제 막 손에 쥔 자금으로 희망에 부풀어 있을 터였다.
자신이 어떤 거대한 빚의 수레바퀴에 첫발을 내디뎠는지도 모른 채.
칼은 품에서 낡은 회중시계를 꺼내 시간을 확인했다.
자정이 넘은 시각이었다.
그는 다시 책상으로 돌아와 서랍을 열었다.
그 안에는 크기와 모양이 각기 다른 여러 개의 수정 구슬이 들어 있었다.
칼은 그중 하나를 꺼내 들었다.
구슬을 쥐자, 희미한 빛과 함께 한 남자의 초조한 얼굴이 떠올랐다.
“그래, 알베르토. 네놈의 ‘시간 정지’ 마법은 슬슬 회수할 때가 됐지.”
칼의 나직한 목소리가 텅 빈 사무실에 울려 퍼졌다.
리아의 계약은 그저 오늘 처리해야 할 수많은 업무 중 하나에 불과했다.
그에게는 더 급하고, 더 가치 있는 ‘담보물’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칼은 수정 구슬을 다시 서랍에 넣고, 다른 서류 뭉치를 꺼내 들었다.
새로운 사냥감을 물색하는 포식자의 눈빛이 그의 얼굴에 어렸다.
한편,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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