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과 낙인

1화 부정된 현실.

그림자처럼 서 있는 인영.

너무 미동이 없어서 처음에는 마네킹이나 옷걸이 같은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둠 속에서도 희미하게 사람의 형태가 보였다.

이 시간에 누구지?

아직 퇴근하지 않은 다른 부서 직원인가.

아니면 외부에서 찾아온 사람일까.

나는 조심스럽게 그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저기요.”

목소리가 어두운 복도에 낮게 깔렸다.

대답은 없었다.

그저 가만히 서 있을 뿐이었다.

좀 더 가까이 다가갔을 때였다.

아직 자리에 남아 있던 박민규 대리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외쳤다.

“도윤 씨, 피해!”

그의 목소리는 다급함을 넘어선 비명에 가까웠다.

‘위험해!’ 라는 단어가 채 완성되기도 전에, 어둠 속에 서 있던 인영이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순식간에 좁혀진 거리.

상대의 눈은 풀려 있었다.

초점 없는 동공이 허공을 향한 채, 입에서는 짐승 같은 신음이 흘러나왔다.

정상이 아니었다.

나는 반사적으로 몸을 뒤로 물리며 팔로 얼굴을 가렸다.

손톱이 팔뚝을 깊게 할퀴고 지나갔다.

살갗이 찢어지는 날카로운 통증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크어어억!”

상대는 이성을 잃은 듯 다시 달려들었다.

그 모습은 약에 취한 것도, 술에 취한 것도 아니었다.

오직 순수한 공격성만 남아 있었다.

“이 자식, 뭐 하는 거야!”

박민규 대리와 아직 남아 있던 동료 몇몇이 의자를 박차고 일어나 달려왔다.

그들이 괴한의 팔과 다리를 붙잡아 떼어내려 했지만, 남자는 미친 듯이 몸부림쳤다.

인간의 것이라고는 믿기 힘든 힘이었다.

그때였다.

사무실의 비상등 외에 모든 불이 꺼져 있던 출입구 쪽에서, 정장을 입은 사람들이 소리 없이 나타났다.

네 명, 아니 다섯 명.

그들은 망설임 없이 다가와 괴한을 제압하려던 내 동료들을 붙잡았다.

“놔! 이거 놔!”

“당신들 뭐야!”

동료들의 저항은 무의미했다.

정장을 입은 남자들은 마치 미리 훈련이라도 받은 듯, 동료들의 관절을 꺾어 순식간에 바닥에 내리꽂았다.

비명과 신음이 사무실의 정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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