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과 낙인

2화 믿기 힘든 진실.

어쩌면, 내가 정말로 피곤해서 헛것을 본 걸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으로 스스로를 위안하려 애썼다.

나는 억지로 입꼬리를 올려 웃어 보였다.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대리님. 이제 괜찮은 것 같아요."

"그래? 그럼 다행이고."

박민규 대리는 그제야 안심한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그가 휴게실을 나가기 직전, 뒤를 돌아보며 던진 한마디가 내 심장을 다시 얼어붙게 만들었다.

"너무 혼자 끙끙 앓지 마, 도윤 씨. 가끔은 그냥… 받아들이는 게 편할 때도 있어."

그의 얼굴에는 여전히 걱정스러운 미소가 걸려 있었지만, 눈빛은 무언가 다른 말을 하고 있었다.

마치 모든 걸 알고 있다는 듯한, 섬뜩할 정도로 깊고 고요한 눈빛이었다.

나는 휴게실에 홀로 남아 차갑게 식어버린 율무차만 내려다봤다.

자리에 돌아오자 업무가 산더미처럼 나를 기다렸다.

나는 기계적으로 키보드를 두드리고 마우스를 클릭했다.

하지만 머릿속은 온통 어젯밤의 일과 방금 전 박민규 대리의 기묘한 태도로 가득 차 있었다.

사무실의 공기는 평소와 같았다.

하지만 그 안의 사람들은 달랐다.

사소한 농담에 다 같이 웃고, 업무 전화를 받으며 인상을 찌푸리는 모습들.

어제까지만 해도 지극히 당연했던 그 모든 풍경이 이제는 정교하게 짜인 연극처럼 느껴졌다.

저 웃음 뒤에, 저 무심한 표정 뒤에 어젯밤의 공포를 숨기고 있는 걸까.

아니면 정말로, 나를 제외한 모두가 그 기억을 잃어버린 걸까.

오후 회의 시간이 다가왔다.

나는 서류철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섰다.

회의실로 향하는 복도를 걷는데, 맞은편에서 익숙한 얼굴들이 걸어왔다.

어젯밤, 괴한과 동료들을 바닥에 내리꽂던 그 정장 차림의 남자들이었다.

그들은 이제 회사 보안팀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그들은 나와 눈이 마주치자 가볍게 목례를 하고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내 옆을 스쳐 지나갔다.

나는 그 자리에 못 박힌 듯 멈춰 섰다.

심장이 발밑으로 곤두박질치는 감각.

어젯밤의 공포가 쓰나미처럼 다시 밀려와 숨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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