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과 낙인

5화 안전가옥.

고요한 밤의 장막을 찢으며, 검은색 승합차 한 대가 굽이치는 산길을 소리 없이 미끄러져 갔다.

포장조차 되지 않은 흙길은 짙은 안개에 젖어 질척였고, 헤드라이트 불빛이 닿는 곳까지만 겨우 시야가 확보되었다.

차가 거칠게 요동칠 때마다, 뒷좌석에 쓰러져 있던 이도윤의 몸이 속절없이 흔들렸다.

의식은 안개 속처럼 희미했다.

마지막 기억은, 낯선 여자의 차가운 손이 자신의 입을 틀어막던 순간.

그 후로는 모든 것이 암흑이었다.

얼마나 달렸을까.

마침내 차가 멈춰 섰다.

엔진이 꺼지자, 주변은 귀뚜라미 소리만이 가득한 완전한 정적에 휩싸였다.

운전석의 문이 열리고, 한서린이 차에서 내렸다.

그녀는 익숙하게 뒷좌석 문을 열고,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이도윤을 부축해 끌어내렸다.

축 늘어진 그의 몸은 생각보다 무거웠지만, 그녀는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그를 질질 끌다시피 옮겼다.

그들이 도착한 곳은 산 중턱에 외따로 떨어진 낡은 촌가였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한 흙벽과, 군데군데 이가 빠진 기와지붕.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풍경이었다.

한서린은 이도윤을 삐걱거리는 마루에 아무렇게나 내려놓고, 굳게 닫힌 미닫이문을 열었다.

방 안에서는 희미한 등유 램프 불빛이 새어 나왔다.

그녀는 잠시 숨을 고른 뒤, 다시 이도윤을 방 안으로 끌고 들어가 두꺼운 이불 위에 눕혔다.

그의 이마에는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한서린은 잠시 그의 얼굴을 무감각하게 내려다보다가, 말없이 방을 나섰다.

다음 날 아침.

이도윤은 낯선 새소리에 희미하게 눈을 떴다.

가장 먼저 느껴진 것은 눅눅한 흙냄새와 오래된 나무 냄새였다.

몸을 일으키자 삐걱거리는 나무 바닥의 감촉이 생경했다.

여긴 어디지?

어젯밤의 혼란스러운 기억들이 조각난 필름처럼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회사, 비상계단, 낯선 여자…

그는 벌떡 일어나 주변을 둘러보았다.

자신이 누워 있던 곳은 낡은 시골집의 작은 방 안이었다.

창호지를 바른 문틈으로 아침 햇살이 눈부시게 쏟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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