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경기장 한가운데, 기둥 하나가 서 있었다. 쇠괴에 묶인 남자가 그 아래 무릎을 뀷고 있었다. 얼굴이 창백했다. 온몸에 크고 작은 상처들로 가득하고 입술은 떨렸지만 눈만은 또렸했다. 살아남으려는 눈, 살아야할 이유가 있는 눈, 전장에서 수없이 봐온 눈이었다.
그때, 마치 종교의 성가처럼 울리는 목소리가 경기장을 휘감았다. 몸집이 작은 남성이었지만 작은 부족만한 크기의 공간을 가듣채웠다. 사람의 목소리라기에는 너무 컸다. 마치 부족의 주술과 같았다.
“오늘의 형벌을 집행한다.”
관중석이 들썩였다. 누군가 포도송이를 던졌고, 누군가는 와인잔을 들어 올렸다. 피를 축배로 삼는 자들.
“롬의 규칙에 따라 최하위권 부족의 족장은”
묶인 남자의 어깨가 크게 떨렸다. 그는 소리치려 했다. 변명인지, 저주인지, 혹은 신에게 올리는 마지막 기도인지 모를 말을 토해냈다. 그곳의 대부분은 그의 소리가 그저 복수 혹은 저주의 말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니고르는 그의 말의 뜻을 알고 있었다. 살기 위한 외침, 살아야 할 이유가 있는 외침이었다.
“목을 벤다”
쇠갑옷을 입은 집행인이 걸어 나왔다. 상체만한 칼날은 지나치게 깨끗했다. 숲 속에서의 피는 고귀하지만 이곳에서는 아니다. 그저 더 잘보이게 하려고 칼을 매번 닦을 뿐이다.
니고르는 본능적으로 쇠사슬을 당겼다. 한 발 나아가려했지만 병사의 창대가 그의 가슴을 눌렀다.
"가만히 있어, 그러지 않아도 곧 네 차례야
그 말은 농담이 아니었다. 이 땅에서 말은 칼처럼 쓰였다.
그때 묶인 남자가 고개를 들엇다. 관중석이 아니라 포로 수레 쪽을 훑었다. 눈동자가 흔들리다 니고르에게 멈췄다.
낯선 얼굴인데도 낯설지 않았다. 같은 냄새가 났다. 죽음 앞에서 살아 있는 자에게 마지막으로 무언가를 건네려는 자의 냄새. 사냥꾼이 숨을 거두기 전, 불가에 남기는 마지막 말처럼.
남자가 입술을 열었다. 소리는 갈라지고 끊겼지만 말은 분명했다.
“너..”
병사가 남자의 머리를 거칠게 매잡았다. 남자의 턱이 들리고, 집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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