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내가 마왕이라니
온몸이 질척한 수렁에 빠진 듯 무거웠다.
귓가에선 이명이 파고들었고, 흐릿했던 시야가 서서히 초점을 되찾았다.
'살아... 있나?'
분명 모든 것을 바친 봉인 끝에 마왕과 함께 소멸했을 터였다.
마왕을 따라 육체와 정신이 먼지처럼 흩어지던 감각이 아직도 생생했다.
루크는 삐걱거리는 상체를 힘겹게 일으켰다.
차가운 돌바닥의 냉기가 척추를 타고 기분 나쁘게 스며들었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본 그는 순간 숨을 멈췄다.
거대한 기둥들은 반파되었고, 천장은 뻥 뚫려 푸른 하늘을 드러내고 있었다.
곳곳에 그을린 자국과 파괴된 건축물들이 널브러져 있었고, 정체불명의 지독한 기운 떄문에 호흡조차 힘들었다.
이곳은...
"에노르캘리아 황성 알현실..."
마왕과의 마지막 전투가 벌어졌던 바로 그 장소였다.
자신이 목숨을 바쳐 마왕을 봉인했던 결전의 무대.
하지만 모든 것이 끝나고 평화가 찾아왔어야 할 이곳은 여전히 스산하고 불길한 기운만이 감돌고 있었다.
대체 얼마나 시간이 흐른 거지?
루크는 혼란스러운 머리를 부여잡고 일어서려 했다.
그 순간, 무언가 이질적인 감각이 느껴졌다.
몸이 생각보다 훨씬 가볍고, 키가 훌쩍 커진 듯한 위화감.
등 뒤에서는 거추장스러운 무언가가 느껴졌고, 머리 양옆으로는 묵직한 무게감이 낯설었다.
그는 무심코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피부가 투명할 정도로 창백했다.
이건 내 몸이 아니다.
본능적인 공포가 등골을 타고 흘렀다.
루크는 비틀거리며 주위를 헤맸다.
무언가, 자신의 모습을 비춰볼 무언가를 찾아야 했다.
그때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전투의 여파로 산산조각 난 거대한 장식 거울이었다.
수많은 파편 중에서도 가장 큰 조각이 벽에 위태롭게 기대어 있었다.
루크는 떨리는 발걸음으로 거울 파편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그 안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확인하는 순간, 얼어붙고 말았다.
창백하다 못해 새하얀 피부.
분명 짧았던 흑발은 허리까지 길게 자라 있었고, 굳건한 의지를 담고 있던 푸른 눈동자는 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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