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봉인한 마왕의 몸으로 깨어났다

3화 기억상실 영웅과 정체불명의 소녀(2)

"기억상실... 이요?"

린의 초록색 눈동자에 놀라움과 함께 미묘한 안도감이 스쳐 지나갔다.

그녀는 루크의 고통스러운 표정을 잠시 빤히 쳐다보았다.

그의 푸르고도 붉은 눈동자 깊은 곳에는 거짓말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너무나도 생생한 혼란과 괴로움이 담겨 있었다.

"...아까 그 이상한 힘에 대해서도... 그래서 기억이 안 나시는 거군요."

루크는 힘겹게 고개를 끄덕였다.

완벽한 거짓말은 아니었다.

폭주했을 때의 기억은 안개처럼 흐릿했고, 그 순간의 자신은 온전한 '루크 레미에리스'가 아니었으니까.

"정신을 차려보니... 끔찍한 짓을 저지를 뻔했다는 어렴풋한 감각만 남아있어. 너에게... 정말 미안하다."

그의 목소리에 담긴 진심 어린 죄책감에, 린의 표정이 조금 누그러졌다.

소녀는 잠시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아니에요... 결국 절 구해주셨잖아요. 그리고... 저 때문에 정신을 잃으신 것 같아서, 저도 죄송했어요."

린은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자신에게서 그런 엄청난 힘이 터져 나왔다는 사실이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는 듯.

"그럼... 정말 아무것도 기억 안 나세요? 성함 말고는요?"

"그래. 머릿속이 텅 빈 것 같아."

루크는 씁쓸하게 대답했다.

그는 린의 반응을 살폈다.

이상하게도, 그녀는 그의 말을 의심하는 기색 없이 순순히 받아들이는 것처럼 보였다.

어쩌면 너무나도 비현실적인 상황이 연속되다 보니, 기억상실이라는 말쯤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게 된 것일지도 모른다.

혹은, 눈앞의 남자가 기억을 잃은 사람이라고 믿는 편이, 정체 모를 괴물일지도 모른다고 의심하는 것보다 마음이 편하기 때문일 수도 있었다.

"그럼... 혹시 너는 왜 그 남자들에게 쫓겨서 여기까지 들어왔는지 말해줄 수 있니?"

루크의 질문에 린의 어깨가 움찔 떨렸다.

방금 전까지 마주했던 끔찍한 추격의 공포가 다시 떠오른 듯, 그녀의 초록색 눈동자가 불안하게 흔들렸다.

그녀는 무릎을 감싸 안은 채, 한참을 망설이다가 겨우 입을 열었다.

목소리는 모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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