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모니터 앞에 앉아 스프레드시트의 숫자들을 정리하던 중이었다.
오후 2시 47분, 점심 식사 후의 나른함이 어깨를 짓누르는 시간.
무의식적으로 마우스를 움직여 포털 사이트를 열었고, 메인 화면 상단에 걸린 기사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속보] ORACLE 시스템, 사상 최초 '공백 문장' 대량 발생... 원인 불명
손가락이 저절로 움직였다.
클릭.
기사 본문이 펼쳐졌다.
화면 속 텍스트를 읽어 내려가는 동안 심장이 묘하게 빨라지는 것을 느꼈다.
'지난 72시간 동안 전국적으로 약 847건의 공백 문장이 보고되었습니다. ORACLE 운영위원회는 이례적인 현상에 대해 "시스템 점검 중이며, 사용자들의 일상에는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현상이 단순한 기술적 오류가 아닐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공백 문장.
나는 그 단어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AI가 예측하지 못한 순간, 계산되지 않은 시간, 서사가 끊기는 지점.
그것은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 일종의 도시전설과도 같았다.
분명 존재한다고는 하지만, 실제로 경험한 사람은 거의 없다는.
기사 하단의 댓글창을 스크롤했다.
'저도 오늘 아침 문장이 안 떴어요. 처음 있는 일이라 무서웠는데...'
'공백이 뜨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거죠? 그냥 가만히 있어야 하나요?'
'847건이면 적은 거 아닌가? 전국 사용자가 몇천만인데.'
'근데 왜 갑자기? 뭔가 숨기는 거 있는 거 아님?'
댓글들을 읽다가 문득 내 스마트폰을 내려다보았다.
잠금 화면에는 여전히 오늘의 문장이 선명하게 떠 있었다.
[오후 3시 15분, 당신은 예상치 못한 연락을 받을 것이다. 그 연락은 당신을 불안하게 만들지만, 거절하지 않는다.]
나는 시계를 확인했다.
2시 53분.
아직 22분이 남았다.
가슴 한쪽이 답답해지는 것을 느끼며 기사 창을 닫았다.
하지만 머릿속에서 '공백 문장'이라는 단어가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만약 내게도 공백이 생긴다면 어떨까.
문장이 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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