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써준 인생대로 살고 있습니다.

2화

나는 기묘한 흥분감을 느꼈다.

아니, 흥분이라고 부르기엔 너무 낯선 감각이었다.

가슴 어딘가에서 작은 불씨가 피어오르는 것 같았다.

두려움과 호기심이 뒤섞인, 이름 붙일 수 없는 떨림.

박지원 대리와의 대화가 떠올랐다.

우리는 서로의 문장을 공유하며 하루를 조율했다.

그녀의 문장과 나의 문장이 겹칠 때, ORACLE은 언제나 두 사람의 서사를 매끄럽게 이어붙였다.

충돌 없이, 마찰 없이, 예정된 대로.

'계산 중'이라는 표현은 단 한 번도 본 적 없었다.

그런데 이채온.

그는 문장이 아예 뜨지 않는다고 했다.

ORACLE의 예측 범위 밖에 존재하는 사람.

그런 사람과 내 서사가 교차하는 순간, AI는 결과를 확정짓지 못한다.

나는 복도 창가에 기대어 서서 바깥을 내다보았다.

회색빛 하늘 아래로 퇴근길 인파가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하고 있었다.

저 사람들도 각자의 문장을 따라 걷고 있겠지.

예측된 동선, 예측된 감정, 예측된 하루의 끝.

아침에 커피를 쏟았던 순간이 떠올랐다.

출근길 카페에서 받아든 아메리카노가 손에서 미끄러지며 셔츠 앞섶을 적셨을 때.

ORACLE의 문장에는 그런 사소한 실수조차 예측되어 있었다.

[오전 8시 12분, 당신은 음료를 흘릴 것이다. 하지만 여분의 셔츠가 사물함에 있으므로 문제없다.]

그래서 나는 당황하지 않았다.

예정된 실수였으니까.

사물함에서 여분의 셔츠를 꺼내 갈아입으면서 동료들에게 쑥스러운 웃음을 지어 보였다.

"아, 오늘 좀 덜렁거리네요."

누군가 웃으며 말했다.

"문장에 떴어요? 커피 쏟는다고?"

"네, 그래서 셔츠 챙겨왔어요."

"역시 현우 씨답다."

그 대화가 자연스럽게 흘러갔다.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고, 아무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예측된 실수는 실수가 아니었다.

그저 서사의 일부였을 뿐.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그 커피를 쏟은 건 내가 일부러 그런 거라는 것을.

ORACLE의 문장을 읽었을 때, 나는 선택의 기로에 섰었다.

커피를 조심히 들고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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