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그냥 눈 감고 다시 잤어요."
나는 파스타를 입에 넣다가 멈췄다.
"네?"
"처음 공백 떴을 때요. 무서워서 이불 뒤집어쓰고 다시 잤어요."
무서웠다면서 태평하게 말하는 그의 얼굴을 바라봤다.
허탈한 웃음이 새어 나왔다.
"원래 이렇게 느긋한 사람이에요?"
"글쎄요. 느긋한 건지, 그냥 포기가 빠른 건지."
채온씨가 어깨를 으쓱했다.
포크로 파스타를 돌돌 말아 입에 넣었다.
토마토 소스와 올리브, 케이퍼의 짭짤한 맛이 혀 위에 퍼졌다.
푸타네스카.
이름도 모르고 시킨 메뉴였는데 의외로 맛있었다.
ORACLE이 추천하지 않은 음식이 이렇게 맛있을 수도 있구나.
"채온씨."
"네."
"저희 처음에 어떻게 만났어요?"
채온씨가 포크를 내려놓았다.
잠시 천장을 올려다보더니 기억을 더듬는 표정을 지었다.
"3년 전이요. 대학 동기 소개로요."
"누구요?"
"박지민이요. 현우씨 과 동기 아니에요?"
박지민.
그 이름은 기억났다.
같은 경영학과였고, 졸업 직전까지 종종 어울렸던 사이였다.
하지만 졸업 후로는 연락이 뜸해졌다.
ORACLE이 그녀와의 관계를 '유지 가치 낮음'으로 분류했기 때문이다.
"지민이가 저를 소개해줬어요?"
"네. 졸업 기념 술자리에서요. 기억 안 나요?"
기억나지 않았다.
졸업 직전의 술자리는 ORACLE의 문장대로 참석한 것이었다.
'네트워킹에 유용한 자리'라는 이유로.
그날 만난 사람들의 얼굴은 흐릿하게 뒤섞여 있었다.
"그때 현우씨가 저한테 명함처럼 번호를 줬어요."
"제가요?"
"네. 진지한 표정으로 '혹시 나중에 연락할 일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라고 했어요."
채온씨가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
"완전 회사원 같았어요. 술자리에서."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때의 나는 모든 만남을 효율성으로 환산하던 시절이었다.
ORACLE이 '인맥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으니까.
누군가를 만나면 일단 번호를 교환하고, 나중에 쓸모가 있는지 판단하라고.
"제가 그때 무슨 이야기를 했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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