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밥을 다 먹고 지원이와 헤어진 후, 나는 자리로 돌아가지 않았다.
화장실로 향했다.
칸 안에 들어가 문을 잠그고 핸드폰을 꺼냈다.
ORACLE 앱을 열었다.
텅 빈 화면.
여전히 공백이었다.
하지만 나는 다른 곳을 열었다.
갤러리.
그동안 캡처해둔 ORACLE 문장들이 줄지어 있었다.
습관처럼 저장해왔던 것들.
'오전 8시 42분, 당신은 평소보다 3분 늦게 출근할 것이다.'
'오후 12시 15분, 동료와 함께 점심 식사를 할 것이다.'
'오후 6시 20분, 퇴근 후 집으로 향할 것이다.'
나는 이미지 편집 앱을 열었다.
손가락이 화면 위를 미끄러졌다.
기존 문장을 지우고, 새로운 문장을 입력했다.
'오후 7시 30분, 당신은 을지로 3가역에서 이채온을 만날 것이다.'
폰트를 맞추고, 색상을 조정하고, 그림자를 넣었다.
완벽하진 않았지만 언뜻 보면 진짜처럼 보였다.
만약 누군가 내 ORACLE을 확인하려 한다면.
이 가짜 캡처로 속일 수 있을지도 몰랐다.
일시적인 방편일 뿐이었지만, 아무것도 없는 것보단 나았다.
나는 화장실을 나와 곧장 회사 밖으로 향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가는 동안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로비를 지나 유리문을 밀고 나오자 바깥 공기가 폐를 채웠다.
오후의 햇살이 눈부셨다.
그 순간 핸드폰이 울렸다.
화면을 보니 채온씨였다.
"여보세요?"
"현우씨, 아까 전화했었죠? 미안해요, 좀 바빴어서."
채온씨의 목소리는 평온했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아니에요, 괜찮아요. 그런데 저... 할 말이 있어요."
"무슨 일이에요?"
나는 회사 건물 옆 골목으로 걸어 들어갔다.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구석에 섰다.
"팀장님이 사라졌어요."
"사라졌다니요?"
"오늘 아침에 출근을 안 하셨는데, 전화번호가 없는 번호라고 나와요. 동료들한테 물어봤는데 아무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아요. 마치 처음부터 그런 사람이 없었던 것처럼."
전화기 너머로 잠시 침묵이 흘렀다.
채온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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