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합니다.

1화 썩어버린 청춘의 잔상

하지만 영원할 것 같던 성벽은 생각보다 허무하게 무너졌다. 부모의 사업이 파산하고, 금전적 혈관이 끊기자마자 진우를 둘러싸고 있던 화려한 세계는 신기루처럼 증발했다. 형제처럼 굴던 친구들은 돈 냄새가 사라지자 연락처를 바꿨고, 사랑을 속삭이던 여자들은 그를 보며 '재수 없는 놈'이라며 침을 뱉었다.

빈털터리가 된 진우에게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아니, 딱 하나 있었다. 고등학생 때부터 해바라기처럼 자신만을 바라보던 여자, 수현이었다.

진우는 수현을 사랑해서 결혼한 것이 아니었다. 갈 곳 없는 짐승이 비바람을 피할 굴을 찾듯, 자신을 무조건적으로 받아줄 '안전한 호구'가 필요했을 뿐이었다. 밑바닥으로 추락한 자신의 자존감을 채워줄 유일한 제물, 그것이 진우에게 수현의 존재 의의였다.

"진우 씨, 괜찮아요. 당신은 운이 조금 없었을 뿐이에요. 우리 다시 시작하면 돼요."

수현의 헌신은 지독할 정도였다. 진우가 재기를 꿈꾼다는 핑계로 남은 돈을 끌어모아 주식과 도박판에 처박을 때도, 마지막 남은 전세 자금마저 날려 먹고 사채업자들이 문을 발로 차는 공포 속에서도 그녀는 원망 한마디 없었다. 그녀는 새벽 4시에 식당 주방으로 향했다. 하루 열두 시간씩 뜨거운 김을 쐬며 설거지를 하고, 불어 터진 손가락으로 번 푼돈을 조용히 진우의 술상 옆에 두었다.

진우는 그 돈을 낚아채듯 가져가면서 고맙다는 말 대신 신경질을 부렸다. "겨우 이거야? 이걸로 어떻게 인생 역전을 해? 너 지금 나 비웃는 거지?"

딸아이 '서윤'이 태어났을 때조차 진우는 아빠가 된 기쁨을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좁아터진 곰팡내 나는 단칸방에 자신을 옭아매는 쇠사슬이 하나 더 늘었다는 불쾌감뿐이었다. 핏덩이의 울음소리는 그의 잠을 깨우는 소음이었고, 아내의 몸에서 배어 나오는 젖비린내와 음식물 쓰레기 냄새는 실패자의 낙인처럼 느껴져 구역질이 났다.

진우는 툭하면 아내를 투명인간 취급하거나, 말로써 그녀의 영혼을 난도질했다. 수현이 화장기 없는 얼굴로 시장통에서 떨이로 파는 채소를 사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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