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선택과 시작
단독 운용 시험장은 본관 뒤편, 낮은 석조 건물 안에 마련되어 있었다.
둥글게 펼쳐진 결계 안으로 한 명씩 들어가 능력을 발현한다. 단순하다. 변명의 여지도 없다.
내 차례가 되자, 결계 담당 교수가 무심하게 손짓했다.
“들어가.”
투명한 막을 통과하는 순간, 공기가 달라졌다.
조용하다.
너무 조용하다.
평소에는 의식하지 못했던 수많은 파장이 사라졌다. 주변 학생들의 마력 잔류, 건물 벽에 스며든 잔열, 바닥 문양에서 흘러나오는 미세한 진동까지.
전부.
없다.
나는 결계 한가운데 섰다.
눈을 감았다.
안쪽을 더듬는다.
마력은 있다. 깊은 곳에서 맴돈다. 차갑게, 얌전히.
끌어올리려 한다.
멈춘다.
다시.
멈춘다.
마치 바닥 없는 우물에 두레박을 던졌는데, 줄이 없는 느낌이다.
형태가 잡히지 않는다.
밖에서 낮은 웃음이 들렸다.
“역시.”
“괜히 폼 잡더니.”
나는 다시 시도했다.
이번엔 억지로 쥐어짜듯.
손끝에 아주 미세한 불꽃이 일렁였다가, 이내 꺼졌다.
그것뿐이다.
시험관이 기록지를 넘겼다.
“발현 실패. 실격.”
결계가 해제되는 순간, 공기가 되살아났다.
그때였다.
주변 학생들의 마력 파장이 스며들었다.
그 흐름이 내 안에 닿는 순간—
툭.
무언가가 맞물렸다.
아주 잠깐.
회로가 반응했다.
나는 고개를 들었다.
확신했다.
없음이 아니다.
조건이 없다.
결계 밖으로 걸어 나오며 가방에서 노트를 꺼냈다.
— 고립 시 발현 불가 — 외부 파장 존재 시 반응 — 반응 시간 약 0.4초
펜을 멈췄다.
단순한 약점이 아니다.
구조가 다르다.
“야.”
고개를 들자, 아까 그 적갈색 머리의 여학생이 벽에 기대 서 있었다.
“진짜 아무것도 못 쓴 거야?”
“봤잖아.”
“아니. 결계 풀리자마자, 네 주위 공기 흔들렸어.”
심장이 아주 잠깐 빨라졌다.
“번개계지?”
그녀가 눈을 크게 떴다.
“맞는데… 어떻게 알아?”
“잔류 파장이 날카롭다.”
그녀가 웃었다.
“세이라 벨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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