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왕이 죽었으니 마왕이 되겠습니다.

8화 두번째는 쉬웠다.

바르카는 의자에서 내려와 요시의 턱을 거칠게 잡아 올렸다.

그녀의 손에서 진한 피 냄새와 함께 야생의 체취가 훅 끼쳐왔다.

"신기하더군.

멍청한 오크 놈이 이런 생각을 했을 리는 없고."

바르카의 노란 눈동자가 요시의 화상 입은 오른손을 훑었다.

그녀의 입가에 매혹적인 미소가 걸렸다.

"그로그 같은 고기 덩어리 밑에서 썩기엔 아까운 재능이야.

안 그래?"

요시는 턱을 잡힌 채, 굴욕적인 자세로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바르카의 얼굴이 코앞까지 다가왔다.

포식자의 눈빛이었다.

상황을 파악하고, 약점을 분석하고, 어떻게 요리할지 가늠하는 날카로운 시선.

요시는 직감했다.

이 여자는 그로그와는 격이 다르다.

탐욕과 허영심으로 조종할 수 있는 단순한 폭군이 아니었다.

오히려 자신과 비슷한, 혹은 그 이상의 교활함과 야망을 지닌 존재였다.

"과찬이십니다."

요시는 최대한 비굴하면서도 떨리지 않는 목소리를 냈다.

이런 상황에서 공포를 드러내는 것은 가장 어리석은 짓이다.

"저는 그저 위대한 총사령관님의 충실한 참모로서, 그분의 뜻을 받들었을 뿐입니다."

"충실한 참모?"

바르카가 코웃음을 쳤다.

그녀의 손아귀에 힘이 더 들어갔다.

요시의 턱뼈가 으스러질 듯 아팠다.

"그 멍청이가 무너진 구덩이 밑에서 내 부하들의 창에 고슴도치가 되어가는 동안에도, 넌 태연하게 군대를 지휘하던데.

그것도 꽤나 볼만했어.

마치 네가 진짜 사령관인 것처럼 말이야."

그녀는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함정을 파고, 그로그를 유인하고, 요시가 지휘권을 장악하는 과정까지 전부.

이 전쟁 자체가 요시를 낚기 위한 미끼였을지도 모른다는 섬뜩한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요시는 순간 등골이 오싹해졌지만, 애써 태연한 표정을 유지했다.

"총사령관님의 부재라는 비상 상황에서, 참모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어떻게든 전열을 수습하여 반격의 기회를…."

"닥쳐."

바르카의 목소리가 얼음처럼 차갑게 요시의 말을 끊었다.

미소는 사라져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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