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서한이
미사가 끝나자마자.
그 말은 역설적으로 남은 미사 시간을 더욱 길고 고통스럽게 만들었다. 정시단은 등 뒤의 존재와 제단 위의 가브리엘 사이에서 옴짝달싹 못 하는 덫에 걸린 짐승이 된 기분이었다. 숨 막히는 침묵 속에서 가브리엘의 설교가 낭랑하게 울렸다.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아름다웠지만, 이제 그 아름다움 속에는 날카로운 유리 조각이 숨겨져 있는 듯했다. 한 단어, 한 문장이 정시단의 신경을 파고들어 미세한 상처를 냈다. 단서가 있을까싶어, 그는 설교의 내용에 집중하려 애썼지만, 머릿속은 온통 등 뒤의 소녀가 남긴 말로 가득 차 있었다.
‘자리를 옮겨.’ ‘날 따라와.’
명령은 간결하고 분명했다. 그러나 실행은 다른 문제였다. 성전 안은 빽빽하게 들어찬 성도들로 가득했고, 그들 사이를 헤치고 움직이는 것은 필연적으로 소음과 소란을 유발할 터였다. 관리자의 규칙, 성도들의 예측 불가능한 반응, 그리고 무엇보다 가브리엘의 시선. 모든 것이 위험 요소였다. 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저 소녀가 유일한 동아줄이었다. 정시단은 아주 천천히, 무릎 위에 놓인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는 주먹을 꽉 쥐었다. 떨림이 멎을 때까지.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가브리엘이 마지막 기도문을 읊고 성호를 그었다. 끝을 알리는 신호였다. 그 순간, 앉아 있던 성도들이 일제히 몸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관절이 어긋나는 듯한, 기분 나쁜 마찰음이 사방에서 울려 퍼졌다. 정시단은 긴장으로 마른입술을 혀로 축였다. 지금이다. 성도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혼란을 틈타 움직여야 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무심코 등 뒤를 힐끗 돌아보았다.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방금 전까지 분명 누군가 앉아 있던 의자는 텅 비어 있었다. 마치 처음부터 그곳에 아무도 없었던 것처럼. 정시단은 순간 머릿속이 하얘지는 것을 느꼈다.
환청이었나? 아니, 의자를 걷어차던 물리적인 감각은 분명했다. 그럼 그녀는 언제, 어떻게 사라진 거지? 수십 명의 성도들이 일어나는…
전체 본문은 스토라이즈에서 감상할 수 있습니다. 작품 정보 보러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