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성벽 아래로
성문 아래로 몸을 던지자 차가운 빗물이 얼굴을 때린다. 발밑으로 쏟아지는 몬스터들의 비명 소리가 가까워진다.
머리 위 숫자가 9에서 21로, 다시 47로 급격히 치솟는다.
‘꽤 빠른데.’
나는 낙하하는 와중에도 몬스터들의 밀집도를 눈으로 훑었다. 쏟아지는 채팅창이 시야 한구석에 흐릿하게 잡혔다.
[미쳤나 봐!] [낙하산도 없이?!] [이번에도 살아남을 건가?] [크으… 이게 광기지!]
열광적인 반응이 빗발친다. 예상대로다. 안전을 버리고 위험을 택한 순간, 시청자들은 열광한다.
나는 허리에 찬 폭탄 꾸러미를 붙잡고 몸을 비틀었다. 목표는 몬스터들이 가장 밀집된 지점, 성문 바로 앞이다.
착지 지점 아래에서 거대한 오크가 뭉툭한 철퇴를 들고 위를 올려다본다. 놈의 머리 위에도 희미하게 숫자가 떠 있다. 431. 제법 많은 수다. 아마 군락의 간부쯤 될 것이다.
“재미있어 보이잖아.”
나는 착지 직전, 손에 든 폭탄 세 개를 오크가 서 있는 곳으로 정확히 던졌다.
폭탄이 오크의 발치에 떨어지는 순간, 나는 몸을 웅크리며 착지했다.
축축한 흙바닥에 무릎과 손바닥이 먼저 닿았다. 콰앙! 귓가를 때리는 폭음과 함께 파편이 사방으로 튀었다.
몸에 얕은 상처들이 스쳤지만, 나는 즉시 고통스러운 신음소리를 흘렸다.
“크윽… 젠장!”
머리 위 숫자가 78까지 치솟았다.
나는 재빨리 몸을 일으키며 정면에 선 오크를 노려봤다. 폭발의 여파로 오크의 육중한 몸이 휘청였다.
놈의 머리 위 숫자가 431에서 390으로 줄어들었다.
몬스터 시청자들이 등을 돌린 모양이다.
[유진 저거 또 연기하네ㅋㅋㅋ] [고통마저 상품으로 만드네] [저게 바로 프로 스트리머의 자세다!] [어그로 끌고 시청자 수 빨아먹는 것 좀 봐라]
채팅창은 폭발적이었다. 나는 살짝 미소 지었다.
오크는 철퇴를 거머쥔 채 분노에 찬 눈으로 나를 노려봤다. 놈의 철퇴는 빗물에 젖어 더욱 둔탁한 금속 소리를 냈다.
“이거 보라고, 아직 살아있잖아?”
나는 능글맞게 웃으며 검을 뽑아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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