쿵푸를 배우러 왔는데 스승이 푸바오 입니다?

1화 쿵푸를 배우러 왔는데 스승이 푸바오 입니다?

아니, 저건 진짜 푸바오였다.

서커스계의 아이돌, 전국민의 엄청난 사랑을 받았던 자이언트 판다 푸바오.

뉴스에서 서커스단에서 탈출했다고 본 것 같은데, 왜 이 깊은 산골짜기 쿵푸 도장에서 문을 열어주는 건지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했다. 설마.. 이 도장에 있던 사부를 먹어 치운건가?

"누... 누구세요?"

목구멍에서 간신히 쥐어짜 낸 질문에, 거대한 판다는 멀뚱멀뚱 나를 내려다보기만 했다.

사람이 탈을 쓴 건가 싶어 지퍼라도 찾아보려 눈을 가늘게 떴지만, 바람에 살랑이는 섬세한 털이며, 대나무 냄새가 섞인 희미한 흙냄새까지. 이건 진짜였다.

"거기, 신입인가."

머릿속에 직접 꽂히는 듯한 굵직한 목소리.

입은 움직이지도 않았는데, 텔레파시처럼 생각이 전달됐다.

나는 할 말을 잃고 입만 뻐끔거렸다.

그 순간, 뇌리를 스치는 연희 씨의 눈부신 미소.

‘쿵푸 잘하는 남자가 이상형이에요!’

그래, 스승님이 판다든 외계인이든 그게 무슨 상관이람!

나는 정신을 번쩍 차리고 그 자리에 털썩 무릎을 꿇었다.

"스승님! 제자로 받아주십시오!"

"......"

푸바오는 한쪽 눈썹을 씰룩이며 나를 빤히 쳐다봤다.

그 무심한 시선에 오만가지 생각이 스쳤다.

이대로 쫓겨나면 끝이다.

연희 씨를 다시는 못 본다.

"평생 은혜는 잊지 않겠습니다! 뭐든 시키는 대로 다 하겠습니다! 제발!"

나는 이마가 땅에 닿도록 머리를 조아렸다.

쿵푸의 ‘ㅋ’ 자도 모르는 내게 남은 건 오직 간절함뿐이었다.

몇 초 같은 몇 분이 흘렀을까.

푸바오가 느릿하게 입을, 아니, 생각을 열었다.

"날 알아보는군."

"네? 네! 물론입니다

! 대한민국 최고의 슈퍼스타를 몰라볼 리가 있겠습니까!"

내 아부에 푸바오의 입꼬리가 만족스럽게 올라가는 것 같았다.

아니, 실제로 올라갔다.

털로 뒤덮인 얼굴이었지만, 분명 흐뭇한 미소였다.

하지만 그 웃음 뒤에 어째서인지 씁쓸함이 보이는 것 같았다. 분명 사연 많은 표정이었다. 하지만 지금 나는 그런 걸 생각할 여유가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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