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4
도사의 부탁으로 왕 서방은 망설임 없이 안방으로 들어가 아내와 아이들의 머리카락을 조금씩 잘라왔다.
집사와 하인들도 주인의 명에 따라 주저하며 자신의 머리칼을 내어놓았다.
도사는 그렇게 모인 머리카락 한 줌을 붉은 실로 정성껏 엮어, 겁에 질려 낑낑대는 어린 돼지의 목에 단단히 걸었다.
산 자들의 생기가 깃든 머리카락은 어둠 속을 헤매는 요물에게 더없이 달콤한 미끼가 될 터였다.
그는 현각을 돌아보며 말했다.
“스님, 이제 모든 준비는 끝났습니다. 주인장과 가족들을 데리고 저 뒤편 별채로 가주시지요. 제가 신호를 보내기 전까지는,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밖으로 나오셔서는 안 됩니다.”
그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그 안에 담긴 명령의 무게는 누구도 거스를 수 없었다.
별채는 본채와 멀찍이 떨어져 있기에 안전하다.
현각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도사의 계획을 온전히 신뢰하고 있었다.
곧 그의 인솔 아래 왕 서방과 겁에 질린 가족들, 하인들까지 모두 별채를 향해 조용히 발걸음을 옮겼다.
그들이 떠나자 거대한 저택에는 적막만이 남았다.
이제 이 넓은 공간에 남은 것은 도사와 망자, 그리고 숨어있는 ‘그것’뿐이었다.
도사는 잠시 텅 빈 마당을 바라보며 밤의 찬 공기를 깊게 들이마셨다.
모든 소음이 사라진 지금, 공기 중에 떠도는 미세한 사기(邪氣)의 흐름이 더욱 선명하게 느껴졌다.
그는 다시 아들의 시신이 안치된 방으로 돌아왔다.
하인들이 미처 치우지 못한 염습의 흔적들이 아직 남아 있었다.
그는 개의치 않고 향로에 굵은 향 세 개를 꽂아 불을 붙였다.
이내 짙고 서늘한 향기가 촛불의 그림자를 따라 방 안을 천천히 채우기 시작했다.
그것은 망자의 혼을 달래는 진혼향(鎭魂香)인 동시에, 잡귀의 접근을 막는 벽사의 향이기도 했다.
향 연기가 부드럽게 피어오르는 것을 확인한 도사는 품에서 잘 접힌 천 하나를 꺼내 바닥에 펼쳤다.
천에는 먹으로 그린 선명한 태극팔괘(太極八卦)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건곤감리(乾坤坎離), 진손간태(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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