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한 바퀴

2화 이름 없는 저항군 소녀

통로 끝에 나타난 공간은 낡은 지하 대피소였다.

퀴퀴한 곰팡내와 피 냄새, 땀 냄새가 뒤섞인 공기가 숨 막히게 다가왔다.

천장에 달린 비상등 몇 개가 간신히 어둠을 밀어내고 있었고, 그 희미한 빛 아래 수십 명의 사람들이 들어차 있었다.

부상당한 채 신음하는 노인, 겁에 질려 부모의 품에 파고든 아이들, 그리고 굳은 얼굴로 낡은 무기를 손질하는 젊은이들.

모두의 얼굴에는 절망과 체념, 그리고 마지막까지 꺼지지 않은 희미한 저항의 빛이 공존하고 있었다.

“왔구나.”

한쪽 구석, 낡은 통신 장비 앞에 앉아 있던 백발의 남자가 소녀를 보며 나직이 말했다.

그는 이 저항군의 리더처럼 보였다.

깊게 팬 주름과 지친 눈빛 속에 강인한 의지가 엿보였다.

소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에게 다가갔다.

“외부 정찰은 끝났습니다, 사령관님. 정부군의 순찰조가 3구역까지 접근했습니다. 이 루트도 곧 발각될 겁니다.”

“예상했던 바다.”

사령관은 담담하게 대답하며 품에서 작은 메모리 칩 하나를 꺼내 소녀에게 건넸다.

표면이 긁히고 낡았지만, 그 안에 담긴 정보의 무게가 느껴지는 듯했다.

“시간이 없다. 이것을 중앙 서버 타워에 가져가야 한다. 우리의 마지막 기록이다.”

“마지막… 기록이요?”

소녀의 목소리가 작게 떨렸다.

“그래. 우리 크실로스인들의 역사, 문화, 과학… 그리고 우리가 왜 싸워야 했는지에 대한 모든 기록이 담겨 있다. 이 행성은 곧 끝장나겠지만, 우리의 존재마저 지워지게 둘 수는 없어. 누군가는 기억해야 한다. 우리가 어떻게 살았고, 어떻게 저항했는지를.”

사령관의 시선이 대피소 안의 사람들을 천천히 훑었다.

그것은 단순한 데이터 전송 임무가 아니었다.

한 문명의 마지막을, 그들의 영혼을 우주 어딘가로 보내는 장례식과도 같았다.

소녀는 메모리 칩을 단단히 쥐었다.

어린 어깨에 짊어지기엔 너무나 무거운 임무였다.

“하지만 중앙 타워는 정부군의 심장부입니다. 어떻게….”

“타워의 보안 시스템을 3분간 마비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을 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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